영국 경쟁시장청(CMA)이 현지시간 1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두 회사의 합병은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일본의 심사만 남겨지게 됐습니다. 앞서 영국은 대한항공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올 1월부터 추가적인 검토를 하기 위해 심사기한을 3월 23일로 연장했으나 애초 계획보다 빨리 나온 발표라 주목받고 있습니다.
영국의 승인으로 미국, 유럽연합(오는 7월 5일 승인여부 발표 예정), 일본 경쟁당국의 심사만 남겨진 가운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해외 경쟁당국들의 전례를 볼 때, 남은 세 곳 역시 독점을 막기 위해 시간당 비행기 이·착륙 횟수(슬롯) 반납 등을 조건으로 내걸 확률이 높습니다.
슬롯이란
슬롯(Slot)이란 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을 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배분된 시간을 의미하며, 해당 시간대에 운항을 허가받은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 표를 예매할 때 몇 시에 출발해서 어느 공항에 몇 시에 도착하는지 미리 정해진 노선의 티켓을 구매하게 됩니다. 이 같이 미리 항공사가 내부적으로 비행 스케줄을 정하고 나면 원하는 출;도착 시간에 해당 공항에서 이용이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항공기가 원하는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슬롯입니다. 공항당국은 공항의 시간당 운항제한 횟수 내에서 항공사들에게 슬롯을 나눠주게 됩니다. 인천공항은 현재 시간당 70회, 김포공항은 41회, 그리고 제주공항 35회로 이;착륙 횟수가 제한돼 있습니다. (2021년 6월 기준)
영국은 대한항공이 가진 인천~런던 노선 슬롯 중 최대 주 7개를 버진애틀랜틱에 주는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했고 처음으로 합병을 승인한 중국도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중복되는 슬롯 9개를 내놓겠다고 하자 두 회사의 결합에 찬성했습니다.
합병으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지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중복되는 노선이 줄어들기 때문에 새로 노선지에 취항하는 항공사가 생긴다면 경쟁을 통해 비행기 운임이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항공사 입장에서는 기존에 보유하던 운항 가능한 슬롯을 빼앗겼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두 회사의 합병이므로 1+1의 효과를 기대했겠지만 사실상 빼앗긴 슬롯으로 운항수가 줄어드니 1+0.5 정도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주가의 향방
그렇다면 두 회사의 합병으로 앞으로 주가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이번 합병이 단순하게 두 회사의 위기탈출용 합병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개인사견). 회사 외적인 규모로만 따지자면 아시아나의 2배 정도인 대한항공이 적자규모가 큰 아시아나를 합병할 이유가 없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합병에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문제가 얼핏 스쳐 지나가기도 했습니다(자세한 코멘트는 생략하겠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이슈로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승인 이후 대한항공의 주가가 약간의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적자의 회사를 인수했다고 해서 악재도 아니고, 슬롯을 빼앗겼다고 해서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판단되지도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회사도 회사 나름대로 매출을 올리기 위해, 영업이익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를 할 것이니까요. 다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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